Priestess, circa 1971
권진규는 옻칠과 테라코타를 결합시킨 새로운 매체로 작업하였다. 그가 사용한 ‘건칠’이란 기법은 석고틀의 겉면에 옻과 삼베를 바르는 방식이다. 작가는 기와 가루가 들어간 접착제를 사용하여 거칠고 미완성인 듯한 질감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냈다. 기존에는 하나의 석고틀을 이용하여 동일한 조각품을 여러 점 생산할 수 있었던 데에 반해 권진규의 건칠 작업에서는 단 1회의 사용으로 틀이 그 역할을 다하게 된다.
Eve-Work, 1965
최만린은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미술 학위를 받은 1세대 조각가에 속한다. 이 작품은 앵포르멜로부터 영향을 받아 1961년부터 1965년 사이에 제작된 7 점의 작품 중 하나이다. 작품명이 여성의 인체를 이야기하고 있는 데에 반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몸통은 거칠게 추상화되어 거의 중성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최만린은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조소를 가르쳤으며 1997년부터 1999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냈다.
Homeward Bound, 1964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근대 작가 중 하나인 박수근은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이 작품은 박수근 작품의 특징인 “화강암 같은” 질감을 드러낸다. 그는 “작가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 이에 나는 평범한 배경의 사람들을 그린다.”고 말한 바 있다. ‘귀로’는 허버트 눗바가 아내를 위해 반도호텔 내 반도화랑에서 구매한 작품으로, 당시 반도호텔은 미군들이 한국을 떠나기 전 지나는 마지막 버스 정류장 앞에 위치하였다. 이 작품은 40여 년간 라구나 비치에 위치한 눗바의 자택에 위치했다가 2017년 USC 퍼시픽 아시아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Untitled, 1963
금속을 이용한 존 배의 작업 중 가장 초기 작품으로 보이는 이 작품은 용접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앵포르멜 미술(유럽 표현주의)을 이루는 모든 개념을 담고있다. “모든 것을 담고있는 한 조각”의 조각적 종합의 결과로 나타난 이 작품은 조각을 통한 형태, 공간, 그리고 구조로의 작가의 여정, 그 시작을 의미한다. 이후 그의 작품은 점차 잠재의식을 탐구하는 방향을 취했는데 이를 두고 작가는 “예측이 훨씬 어렵고 더욱 사적인 결론에 다다르게 했다.”고 밝혔다.
Primordials No. 1-62, 1962
1961년, 박서보는 파리에서 1년을 보낸 후 한국으로 돌아와 그가 이전에 보였던 큰 제스처를 이용한 회화로부터의 확연한 탈피를 의미하는 ‘원형질' 연작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한국미술 앵포르멜 양식의 예시가 되는 ‘원형질 1-62’은 칠흑같은 검정 캔버스로부터 나타나는 유기적 형태들이 엉겨 느슨한 대칭으로 드러난 인간 몸통의 골격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존재의 본질적 정수에 도달하고자 어둠에 천착했던 박서보의 지칠줄 모르는 탐구로 가득차있다.
Artwork, 1962
1960년대 즈음 곽인식은 철사, 유리병, 전구 등과 같은 오브제를 사용하여 단색조의 추상을 실험하였다. 여기서 보이는 천이 덧대어진 판유리는 철망으로 묶인 채 금이 간 유리에 고정되어있다. 작가는 유리 크기에 맞는 구멍을 만든 후 그 안에 유리를 집어넣는다. 쇳덩이로 내리쳐 유리를 조각내고 그 조각들을 세심하게 다시 맞춘다. 그리고 유리가 완전히 조각날 때까지 이 작업을 반복한다.
Reclining Woman, 1959
미국에서 조각을 공부한 첫 번째 한국인이자 한국 최초의 여성 조각가였던 김정숙은 용접한 철을 이용한 조각을 한국에 소개하기도 하였다. 김정숙은 주로 조각된 나무 혹은 돌을 이용하여 단순화된 인체의 모습을 나타냈으며 이는 콘스탄틴 브랑쿠시와 앙리 무어의 영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195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출품되었던 바 있다. ‘누워있는 여인’은 이전까지 형상화에 주로 사용됐던 사실주의적 양식로부터 새로이 나타난 추상적 양식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Tied Stone, 1958
이승택은 1950년대부터 자신의 저항, 항거, 혁명의 정신을 보여주는 비예술, 반개념, 그리고 아방가르드 예술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묶인 돌’은 고드랫돌로부터 영감을 받았는데, 고드랫돌이란 발이나 돗자리를 엮을 때 날을 감는 역할을 하는 가운데가 패인 오목한 돌을 말한다. 돌을 말랑하게 보이도록 만듦으로써 이승택은 돌이 갖고 있는 본질적 단단함을 부정하며 민속이나 무당의 제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묶기라는 행위를 강조하고 있다.
Composition, 1957
유영국은 신조형주의와 러시아 구성주의의 영향을 받은 기하학적 형태의 다채로운 추상 작품들로 잘 알려져있다. 전쟁 기간 중 유영국은 고향에 머물 수 있었고,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추상화의 내부구조를 다듬을 수 있었다. 강렬한 색채가 캔버스를 채운 이 작품은 켜켜이 쌓인 물감이 두텁고 단단한 질감의 표면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앵포르멜(유럽 표현주의)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