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해설
전사
유영국은 김환기와 함께 1930년대 처음으로 추상화를 실험한 화가입니다. 그는 평생 자신의 확고한 비전을 견지한 인물이었습니다. 당시 다른 많은 조선인 화가들이 다녔던 도쿄미술학교에 가지 않고, 자유주의 성향이 강했던 문화학원에서 수학하기로 선택한 것도 그런 확신에 기반한 것입니다. 도쿄 문화학원이 추상화를 전공으로 가르친 것은 아니었지만, 유영국은 추상의 매력에 빠르게 매료되어, 처음부터 추상을 시도하게 됩니다.
한국전쟁이 끝나자 미국과 유럽의 미술이 직접적으로 들어오면서 한국에서 추상화 경향은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그러나 김환기와 다른 화가들이 추상 이외의 다양한 실험을 하는 동안에도, 유영국은 원색을 기반으로 삼각형과 사각형, 선들로만 이루어진 추상화의 원리를 계속해서 탐구했습니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유영국이 본격적으로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직후에 제작되었습니다. 그는 해방과 전쟁을 겪으면서, 고기잡이와 양조장 운영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약 10 년간 작품 제작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사업을 그만두고 화가가 될 결심으로 상경하여 '모던 아트 협회'라는 예술가 그룹을 결성하던 시기에 바로 이 작품을 그렸습니다. 산능선을 따라 노을이 지는 것 같은 자연 풍경을 연상시키면서도 기본적인 직선, 곡선, 색면으로만 구성된, 회화적 질서에 아주 충실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