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해설
전사
절대적 순수와 단순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화가 장욱진은 정제된 형태와 구성으로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을 그린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에서처럼, 장욱진의 작품은 가족, 나무, 집, 동물, 풍경 등이 어우러진 시골의 평온한 모습을 정감 있고 소박하게 그려냅니다. 장욱진은 그가 좋아하는 소재를 거의 반(半)추상적으로 묘사하며, 평평한 화면에 단정한 색면과 비정상적인 스케일로 대상을 배치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한국 전쟁 중 장욱진은 연기군 내판리에 위치한 자신의 고향에서 피란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때 이후 화가의 고향은 그의 많은 마을 그림의 원형이 됩니다. 1951년 고향에서 제작된 작품 <나룻배>는 장욱진이 거친 전쟁의 현실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이상세계를 향한 열망을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나룻배는 화가의 고향에서 장이 섰을 때 물건을 사고팔기 위한 사람들을 데려다주는 강을 건너는 배입니다. 나룻배에 탄 사람들은 화면 중앙을 과감하게 차지하고 있으며,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인물과 소는 배 위에서 공평하게 공간을 점유하고 있으며, 각자가 주인공으로서 위엄 있고 담담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전쟁 상황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평온하고 담백한 장면은 거의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실제로는 전쟁 중 화가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시골에서 미술재료를 구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장욱진은 일본 유학시절에 사용했던 목판의 뒷면에 이 작품을 그렸습니다. 그래서 <나룻배> 뒷면에는 화가가 1939년 일본에서 그렸던 작품, <소녀>가 세로 형태로 남아있습니다.